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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붐바=글 명효종 기자, 사진 시스붐바 DB]
연세대학교 농구부(이하 연세대)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4학년 선수들, 그리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더 큰 꿈과 함께 프로로 진출한 선수들까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익숙한 푸른색 유니폼을 벗고 낯선 마스크와 유니폼을 입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공존했다.
많은 예측을 뚫고 이원석(체육교육과 20, 이하 체교)이 서울 삼성 썬더스(이하 삼성)의 지명을 받으며 전체 1순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연세대 출신 전체 1순위는 2017년 허훈(스포츠레저학과 14) 이후 처음이다. 이정현(체교 18)은 3순위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고양) 유니폼을, 신승민(체교 18)은 8순위로 대구 가스공사 페가수스(이하 가스공사)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연소 참가자인 김동현(체교 21) 또한 바로 다음인 9순위로 전주 KCC 이지스(이하 KCC)의 지명을 받으며, 역대 3번째로 4명의 같은 대학 선수가 1라운드에 지명되는 역사를 만들었다. 3라운드 5순위로 김한영(체교 18)이 창원 LG 세이커스(이하 LG)의 선택을 받으며 새로운 출발의 기회를 맞이했다. 이들과 시스붐바와 함께했던 연세대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프로에서의 행보를 예측해보자.
원석에서 보석으로; 이원석
2학년을 끝마치고 드래프트에 출전한 이원석. 이원석이 연세대를 입학했을 때만 해도 얼리 엔트리로 드래프트에 참여하리라 생각한 농구팬은 없었다. 1학년 때의 이원석은 큰 키를 무기 삼아 블록과 리바운드로 한승희(체교 17)를 보조하며 트윈타워를 구축했다. 하지만 득점력과 골밑 장악력에서는 아직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1년 후, 몰라보게 성장한 이원석은 팀의 명실상부한 1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골밑 마무리뿐만 아니라 외각슛까지 보강하며 득점력은 리그 최정상급에 다다랐고, 뛰어난 BQ를 바탕으로 한 작전 수행능력과 시야, 때때로 보여주는 날렵한 돌파는 상대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경기 초반 확실히 점수를 벌리기 위해 은희석(경영학과 96, 이하 경영) 감독은 이원석을 기점으로 모든 공격을 시작했다. 수비에서의 위협감 또한 여전했다. 자신감까지 얻은 이원석은 더 적극적인 리바운드 참여와 블록 시도로 2021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U-리그) 1차 대회에서는 리그 최고 센터로 평가받는 하윤기와의 매치업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대학농구가 담기에는 이원석의 능력이 너무 커져 버렸고, 그렇게 연세대와도 아쉬운 이별을 하게 됐다.
몇 년째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삼성은 마지막까지 이정현과 이원석 사이 고민 끝에 이원석을 지명했다. 삼성의 소년가장 역할을 해온 김준일(체교 11)이 LG로 트레이드되며 빅맨진에 구멍이 생긴 탓이 컸다. 더불어, 빠른 농구를 추구하는 이상민(경영 91) 감독에게 센터임에도 스피드를 지녔고 내외각 모두에서 플레이가 가능한 이원석은 안성맞춤이다. 특히 지난 시즌 삼성은 3명의 장신 슈터를 동시에 투입하는 빅맨 라인업으로 쏠쏠한 효과를 봤는데, 이원석의 합류로 스피드를 겸비한 더 강력한 무기로 거듭날 것이라 기대된다. 하지만 이원석은 얇은 프레임이 항상 약점으로 지적되는 만큼, 프로에서 외국인 선수들과의 매치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원석이 오랜 침체기에 빠져있는 삼성의 부흥기를 이끌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
작정현이 아닌 이정현으로; 이정현
이정현은 U-17 농구 월드컵에서 대활약하며 일찌감치 농구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바로 다음 해 팬들의 뇌리에서 잊힐 때쯤, 연세대로 진학한 이정현은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2018 U-리그 결승전에서 33점의 대활약을 하며 챔프전 MVP까지 수상했다. 이렇게 파란만장할 것만 같았던 이정현의 대학 생활에도 정체기가 찾아왔다. 2학년 2019 U-리그에서 평균 14.4 득점, 2.5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1학년 맹활약으로 높아진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코로나19 여파를 견디며 칼을 갈고 나온 이정현은 팬들이 기대하던 이정현의 활약을 보여줬다. 2021 U-리그 1차 대회, 고려대학교 농구부(이하 고려대)와의 준결승전에서는 결승 3점을 꽂았고, 3차 대회 고려대와의 결승에서는 초반부터 불타오르는 득점력으로 일찌감치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렇게 이정현은 손색없는 주장의 면모를 보이며 마지막 해를 최고의 해로 만든 채 연세대를 떠났다.
포워드 농구를 펼치는 오리온에게 공격 세팅과 스코어링까지 책임질 수 있는 이정현은 소중한 자원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허일영의 이탈을 전화위복 삼아 더 빠르고 수비적인 농구를 펼치겠다고 강을준 감독이 밝힌 만큼 이정현은 오리온의 즉시 전력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의 장기인 뛰어난 피지컬로 골밑까지 거침 없이 들어가 속공을 마무리하는 능력을 선보일 기회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승현과라둘리차 등 영리한 빅맨들과 펼칠 2대2 게임 또한 기대해볼 부분이다. 하지만 공을 잡고 플레이하는 시간이 긴 이정현이 비슷한 스타일의 이대성과 공존할 방향을 찾는 것이 숙제이다. 이정현이 성공적으로 이대성-한호빈과 오리온의 강력한 백코트진을 만들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를 기원한다.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코트 위 블루 워커; 신승민
기회는 준비한 자에게 온다는 말이 신승민보다 어울리는 선수가 있을까. 김경원(체교 16)과 한승희에게 가려졌지만, 4학년이 되자 신승민은 보란 듯이 기회를 잡고 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신승민은 3학년까지 4대 센터로 불리던 김경원과 공수에서 맹활약한 한승희에게 가려 많은 출전 시간을 얻지 못했다. 또한 코트 위에서도 스크린과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맡으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신승민은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 슛 능력을 키워 3번으로도 활용될 수 있게 꾸준히 노력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한 대회 취소로 신승민의 노력이 빛이 바랬지만, 선배들의 졸업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한 신승민에게 그의 땀방울은 다재다능함이 되어 돌아왔다. 내외각을 가리지 않는 공격, 강력한 파워로 자신보다 10cm가량이 큰 선수들의 포스트업을 저지하는 능력. 그리고 허슬 넘치는 플레이로 팀 사기를 올리며 팀의 필수적인 존재로 거듭났다. 선수 신승민은 연세대를 떠났지만, 그가 선배로서 보여준 스피릿은 연세대 농구부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새로운 구단 역사를 시작한 가스공사의 첫 신인 지명은 연세대의 신승민이었다. 가스공사는 리그 탑 가드 두경민-김낙현과 탄탄한 국내 포워드진으로 팬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지난달 정효근이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을 당하며 포워드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비록 신승민이 정효근만큼 득점적인 측면에서 큰 활약을 해주지 못해도, 궂은일을 도맡으며 골밑 무게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4번 자리를 보기에는 신장이 애매한 만큼 프로에서는 스피드를 살려 3번 포지션까지 맡을 수 있는 멀티 능력을 키워야 할 것으로 예측된다. 신승민이 투지와 열정으로 뭉친 가스공사의 전신인 전자랜드의 팀 컬러와 완벽히 일치하는 유형의 선수인 만큼 팀에 빨리 녹아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짧지만 굵었던 연세대, 프로에서는 길고 굵게; 김동현
1학년 김동현 역시 이원석과 함께 프로 조기진출을 선언했다. 김동현은 2021 U-리그 1차 대회, 명지대와의 첫 경기부터 출전해 좋은 활약을 보여줌으로써 은희석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1학년임에도 이미 완성된 피지컬로 신입답지 않은 패기로 평균 7 득점, 3 리바운드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후 7월 2021 FIBA U19 월드컵에 차출되어서도 적극적인 돌파로 여준석과 함께 한국 대표팀의 공격을 이끌며 스카우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록 월드컵이 끝난 후 자가격리로 MBC배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앞선 활약들로 충분히 자신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김동현과 연세대 농구부의 짧지만 굵었던 만남이었다.
김동현은 트라이아웃에서도 좋은 순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감독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정현의 다음 세대를 찾고 있는 KCC에게 김동현은 좋은 자원이 될 것이다. 또한 KCC는 디테일한 농구를 추구하는 만큼 팀 훈련을 통해 김동현이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될 것이다. 특히 김동현이 롤모델이라 밝힌 이정현으로부터 가드로서의 능력을 배워 유한준과 함께 미래의 주전 가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하지만 김동현이 개인 능력을 위주로 볼을 가지고 돌파하는 스타일인만큼, KCC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플레이 스타일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한 개성을 가진 이대성이 KCC로 이적 후, 복잡한 팀 작전에 녹아들지 못해 중용되지 못한 만큼 김동현도 팀을 위해 일정 부분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김동현이 더 좋은 선수로 KCC 백코드를 이끄는 그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프로에서는 미생이 아닌 완생으로; 김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