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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붐바=글 명효종 수습기자, 사진 시스붐바 DB]

어제(16일) 열린 2021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U-리그)에서 연세대학교 농구부(연세대)가 고려대학교 농구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8회 연속 대학농구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연세대는 상대하는 모든 팀을 약팀으로 만들어버리며 준결승전, 결승전 모두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연세대가 결선에서 만난 중앙대학교 농구부(이하 중앙대)와 고려대학교 농구부(이하 고려대)는 지난 1차 대회 결선에서 상대한 팀들에 비해 전력이 떨어졌다. 중앙대는 연세대와의 준결승 전날 경희대학교 농구부와의 혈전 후 연전을 치르는 탓에 경기 후반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했다. 고려대 또한 국가대표로 차출된 1 옵션 하윤기와 준결승전에서 손톱 부상으로 제 컨디션으로 경기를 수행하지 못한 박무빈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연세대는 전혀 방심하지 않고, 상대적인 약팀을 확실히 잡아내는 모습을 보여주며 명실상부 강자의 자격을 증명했다.

작은 틈도 허용하지 않는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전력의 누수 없이 결선에 임한 연세대를 우승 후보로 점치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연세대를 상대하는 팀들은 슛 성공률, 좋은 수비, 적은 실책 등 모든 것들이 맞아떨어져야만 승리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세대는 작은 틈조차 허용하지 않으며 언더독의 반란을 잠재웠다. 과연 연세대는 어떻게 작은 틈까지 메꾸어나갔을까.

가장 먼저 이원석(체육교육학과 20, 이하 체교)이라는 확실한 공격 루트를 완성했다. 조별예선에서 이원석은 뛰어난 드리블 돌파와 외곽슛까지 보여주며 상대 센터가 수비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했다. 결선 상대들은 이를 막기 위해 뒤로 물러서 돌파를 대비하는 드롭백 수비를 들고나왔다. 하지만 이원석이 탑에서 공을 잡은 후 스크린 또는 핸드오프로 빈 공간을 성공적으로 공략하면서 수비를 흔들어놓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오픈 찬스들을 만들어냈으며 가드진으로 이어지는 확률 높은 공격을 이어가며 점수차를 벌릴 수 있었다.

또한, 연세대 가드진의 활약은 상대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는 역할을 했다. 중앙대전에서는 양준석(체교 20)이 3쿼터 중반 3점슛 2개를 포함해 득점을 몰아치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상실하게 했다. 결승전인 고려대와의 경기에서는 이정현(체교 18)이 적극적으로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펼치며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같은 경기 4쿼터에는 유기상(체교 20)이 연속 3점을 터뜨리며 승리의 쐐기를 박았다. 한 명의 공격력에 의지하지 않는 연세대 가드진은 상대에게 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그 경기 주인공이 된 선수는 상대를 확실히 꺾어놓았다.

마지막으로 강팀임에도 연세대는 상대 실수를 전혀 용납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빠르고, 달리는 농구는 연세대의 강점이었다. 이번 준결승전에서도 중앙대가 1, 2쿼터 기록한 8개의 턴오버 중 7개를 바로 속공 득점으로 연결하며 점수차를 벌리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양준석과 이정현은 속공 과정에서 골밑에 상대 수비가 있어도 침착한 마무리 능력으로 어김없이 득점했다. 고려대와의 경기에서는 많은 턴오버가 발생하지 않으며 실책으로 파생되는 속공 득점을 많이 올리지는 못했지만, 상대가 박스 아웃을 소홀히 한 틈을 놓치지 않고, 가드진이 직접 리바운드 후 속공을 전개함으로써 쉬운 득점을 올릴 수 있었다.

이번 대회 내내 연세대의 경기 흐름은 동일했다. 경기 초반 확실한 공격 루트를 통해 리드를 확보한 후, 당황한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리드를 벌여나갔다. 마지막으로 외곽슛이 터지며 승리를 굳혔다. 이렇게 완성된 연세대의 시스템 농구 아래, 연세대를 이길 수 있는 팀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강팀답지 않은 헝그리 정신, 강팀다운 강심장

지난 대회 연세대는 평균 리바운드 부문 5위를 기록했다. 결선 진출 팀 중 4위로 우승팀다운 기록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회에서는 포지션 불문 모두 선수가 적극적으로 골밑에서 싸워주며 지난 대회보다 경기당 약 7개의 리바운드를 더 건져내며 리바운드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신승민(체교 18) 또한 묵묵히 스크린과 박스아웃으로 팀에 솔선수범했다. 이처럼 연세대는 팀이 이기고 있어도 마치 좇아가는 팀처럼 사활을 걸고 경기에 임했다.

또한 벤치에서 나온 식스맨 선수들은 허슬플레이를 보여주며 팀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박준형(체교 19)과 김건우(스포츠응용산업학과 20)가 교체 출전한 후에 보여준 공격 리바운드나 블록은 팀원 모두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 충분했다. 특히 부상에서 복귀한 김건우의 그동안 마음고생을 덜어내는 활약은 연세대의 ‘One team spirit’을 일깨워줬다.

반대로 연세대는 큰 경기를 많이 겪어본 만큼, 토너먼트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엄청난 활약을 펼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정현은 조별예선에서 득점에 집중하지 않으며, 주변으로부터 성장이 더딘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지만, 결승전에서 동료 선수의 스크린을 제지하면서까지 적극적인 아이솔레이션을 펼치며 캡틴의 품격을 보여줬다. 유기상 또한 조별예선까지 3점 성공률이 11%에 그쳤지만, 거짓말처럼 결선부터 살아나 준결승전에 33%(2/4) 성공률로 감을 끌어 올리더니 결승전에 71%(5/7)의 정확도로 폭발하면서 지난 대회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비주전이었던 선수들이 많은 출전 시간을 제공받으며 성장과 경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주전 선수들의 활약으로 승기를 잡은 후 비주전 선수에게 기회를 선물하고, 이를 계기로 비주전 선수들 또한 계속 성장해나가며 주전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선순환이 결선 무대에서도 계속되었다. 이처럼 현재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꾸준히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은희석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그들의 지시를 잘 따라오며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들은 다른 대학들로 하여금 연세대가 얼마나 격차를 벌리고 올라갈지 두려워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연세대는 7월 초 진행될 MBC배를 위한 담금질을 시작할 예정이다. 은희석 감독과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대회는 벤치 선수들에게 큰 기회의 무대가 될 것이다. 이어 한 층 전력을 끌어올린 연세대는 왕중왕전과 정기전을 가진다. 지금까지 폭풍 행진을 이어간 연세대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시스붐바와 함께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