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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붐바=글 명효종 기자, 사진 시스붐바 DB]
어제(29일) 열린 제 37회 MBC배 대학농구대회(이하 MBC배)에서 연세대학교 농구부(이하 연세대)가 한양대학교 농구부(이하 한양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대학농구 29연승과 함께 5년 만의 MBC배 우승을 거뒀다. 연세대가 이번 대회 5경기 동안 보여준 경기력은 종전 대회들과 비교하자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때로는 상대의 수비에 고전했고, 손발이 맞지 않아 쉽게 실점하는 장면들도 더러 연출됐다. 무엇보다 속공과 얼리오펜스, 그리고 조직적인 수비라는 연세대 농구의 스타일을 잘 살린 경기가 나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런데도 다른 팀들을 제치고 질 듯 지지 않으며 강팀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연세대의 목표가 단순히 MBC배 우승이 아니기에 모두가 연세대가 안주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승은 전날 밤에 내린 눈과 같다는 말 같이, 연세대는 이번 대회를 통해 노출된 문제들을 해결해 더욱더 강해진 모습으로 대학 무대 제패의 마지막 관문인 플레이오프를 정조준할 것이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 연세대의 이번 대회 경기를 시스붐바와 함께 리와인드 해보자.
연세대의 발목 잡은 지역수비; 끝끝내 해결법을 찾아내다
강팀일수록 다른 팀들의 견제를 강하게 받게 되고, 그 팀이 29경기 째 승리를 달리고 있다면 약점을 집요하게 공략한 전술을 들고나올 것이다. 한양대는 예선에서 지역수비를 들고나오며 시원하게 터지지 않는 연세대의 3점 슛을 강요하고 장점인 속공을 틀어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양대의 전술은 성공적이었고, 연세대는 1, 2 쿼터 동안 공격이 잘 풀리지 않으며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4강에서 맞붙은 단국대학교 농구부(이하 단국대) 또한 고전하는 연세대의 모습을 봤는지, 연세대의 슛 성공률에 따라 지역방어를 변칙적으로 가져갔다. 특히, 연세대의 외곽슛이 터질 기미를 보이자, 외곽슛 방어에 특화된 3-2 지역수비를 펼치기도 했다. 3-2 지역수비는 골밑이 쉽게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원석(체육교육과 20, 이하 체교)이 빠진 연세대 빅맨진의 창은 너무 무뎠다. 결국 단국대전 3점 성공률은 20%(4/20)에 그치며 4쿼터에 점수를 크게 벌리지 못하며, 경기 종료 3분 전 가량까지 주전 선수들을 기용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결승전 역시 한양대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지역수비를 섰지만 세 번째만큼은 당하지 않겠다는 연세대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우선적으로 연세대의 외곽슛이 48%(11/23)로 들어가며 한양대가 오랜 시간 지역수비를 고집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높은 외곽슛 성공률의 비결에는 하이포스트의 볼 투입을 기반으로 코너와 45도 지점에 많은 오픈 찬스를 만들었던 것이 있다. 지난 2021 KUSF 대학농구 U-리그 1·3차 대회(이하 U리그)에서의 연세대는 이원석 등 빅맨이 탑에서 공을 잡은 후 핸드오프 또는 스크린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하지만 MBC배에서는 지역수비를 깨기 위해 공이 신승민(체교 18) 등 하이포스트에 자리 잡은 빅맨한테 투입되고, 빅맨의 포스트업 또는 드라이브에 이은 패스로 오픈 기회를 창출했다. 이정현(체교 18)을 비롯한 포인트가드에서 빅맨으로, 다시 유기상(체교 20) 등 외곽 슈터로 공이 유기적으로 흐르며 예선전의 악몽을 지울 수 있었다.
숨은 진주를 찾아내다; 벤치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
주전 선수와 비주전 선수의 격차를 줄이자는 과제를 이번 대회를 통해 해결하자는 코치진의 의지가 강했다. 많은 선수가 중요한 순간에 기용 받았고 기대에 부응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건우(스포츠응용산업학과 20)는 단국대전에 선발로 출전하며 골밑 높이를 더해주라는 주문을 받았다. 김건우는 남다른 운동능력으로 탄력과 힘으로 골밑의 궂은일을 해주는 희소성이 높은 빅맨이다. 오랜 시간 재활 끝에 3차 대회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연세대 빅맨진에 도움을 주고 있다. 비록 건국대전 초반에는 상대 에이스 센터 조재우를 막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이른 시간 교체되었지만 3쿼터 때 자신감과 함께 코트에 가시 복귀해 적극적으로 골밑을 파고들어 파울을 얻어내며 조재우를 5반칙 퇴장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스크린플레이와 리바운드 참여 등 허슬을 보여주며 그동안 뛰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을 플레이를 통해 보여줬다.
박준형(체교 19) 역시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충전했다. 박준형은 이원석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예선전부터 등장했지만, 이원석의 자리를 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풀어나가기보다는 탑에서 공을 돌리거나 스크린을 서며 공격을 보조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물론 박준형의 기록지에는 보이지 않는 활약으로 연세대는 수월히 공격을 풀어나갈 수 있었지만, 다양한 공격옵션을 가져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결승전 3쿼터, 팀이 쫓기고 있는 순간 적극적으로 림으로 뛰어들어 골밑슛으로 마무리하며 연속 4득점을 올리며 흐름을 지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세대 선수들의 실력을 의심하는 자는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김건우와 박준형 외에도 정수원(체교 19), 김한영(체교 18), 박선웅(스응산 19) 등 이번 대회를 통해 실전 감각과 자신감을 얻은 벤치 선수들이 허슬과 조커 역할을 해주며 남은 경기들에서도 팀의 큰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파울도 전술의 일부; 영리함이 필요했던 순간들
연세대는 결선 2경기, 총 8개의 쿼터 중 6번 팀파울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2번의 쿼터에서는 각각 파울을 1개와 2개만 범하며 큰 편차를 보였다. 물론 과도한 파울은 부상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지양해야 하지만, 상대의 흐름을 끊거나 미스매치 상황에서 파울을 통해 수비를 재정돈할 수 있기에, 개인에게 주어진 5개의 파울과 팀에게 쿼터당 주어지는 5개의 파울을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한다. 이번 대회전까지 연세대는 최대한 파울을 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추격을 당하는 상황이 많았던 MBC배여서 그랬는지, U-리그 3차 대회 결선과 비교해 26% 더 많은 파울을 범했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대부분의 파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흐름을 끊기 위한 파울이 아닌 무리한 수비 중 나온 파울의 비율이 높아, 자유투로 연결되는 경우가 ㄹ빈번했다. 자유투로 이어진 파울의 비율은 55%(24/44)로 올해 대회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렇게 무리한 파울이 발생한 주원인은 벤치 선수들의 실전 감각 부족과 골밑 무게감의 감소를 들 수 있다. 벤치 선수들이 오랜만에 경기에 나서다 보니 수비 중 강약 조절에 실패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상대가 이미 수비를 제친 상황에서 손이 따라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건국대, 연세대 선수들은 이를 영리하게 이용해 파울을 얻어냈다. 또한 골밑을 굳건히 지켜주던 이원석이 부상으로 빠지며 상대 돌파 시 앞선 수비가 끝까지 따라붙으며 어쩔 수 없이 뒤에서 파울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원석의 복귀와 이번 대회를 통한 벤치 선수들의 스텝 업은 다음 대회 더 수월한 파울 관리의 밑 거름이 될 것이며, 더욱더 조직적인 연세대의 수비를 가능케 할 것이다.
최종 관문을 위한 마지막 시험 무대가 끝났다.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해본 MBC배였기에, 모든 결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될수록 발전하는 연세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숨 막히는 단판 승부가 이어질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까지 남은 시간 약 한 달, 연세대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며 이번 대회에서 노출한 불안 요소들을 제거하며 정비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종전 대회들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모두를 놀라게 한 연세대가 가을에 연세대 농구부 팬들을 얼마만큼 열광케 할지 기대해보자.